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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8주간 화요일> 사람을 깨끗하게 씻어주는 자선

위례성모승천성당 0 38 10.14 11:16

<연중 제28주간 화요일> 

  사람을 깨끗하게 씻어주는 자선


복    음 : 루카 11,37-41 (속에 담긴 것으로 자선을 베풀어라. 그러면 모든 것이 깨끗해질 것이다.)     


    “얼굴이 좋아지셨네요. 요즘 좋으신가 봅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과 이런 인사말들을 우리는 주고받습니다. 요즈음 사람들이 좋아하는 인사말 중에는 “말라보이시네요. 살아 빠지셨나 봅니다.”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그 사람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또 요즘 상태가 좋은지 힘에 부치는지를 대충 읽을 수가 있지요. 특히 자매들의 경우가 더 잘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화장술로 아무리 가려보려고 해도 금방 알 수가 있습니다.
   속이 안 좋으면 겉에다 아무리 정성을 들여도 다 드러나게 되어 있지요. 정말 예뻐지기를 원한다면 내면이 아름답고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합니다. 속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겉으로만 애써 꾸미며 바르고 해 보아야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밖에는 안 되는 것이지요. 바로 이런 말씀을 오늘 예수님께서 바리사이들에게 하고 계십니다.


   ‘그러면 그렇지,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까!’하는 말이 들어맞는 상황이 오늘 복음의 예수님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생전 안 보여주시던 모습을 보이십니다. 바리사이의 식사 초대를 받아 그 집에 들어가 식탁에 앉으신 것입니다. 그리고는 눈에 거슬려도 그냥 좀 참고 식사를 하시면 좋았을 것을 참지 못하고 한 마디 하십니다.
    “정녕 너희 바리사이들은 잔과 접시의 겉은 깨끗이 하지만, 너희의 속은 탐욕과 사악으로 가득하다.”(루카11,39)
   순식간에 식사의 흥이 깨지고 만 이 사건의 발단은 다름 아닌 예수님의 식탁 예법에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바리사이의 저녁 초대를 받아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손 씻는 의식을 치르지 않고 음식을 잡수신 것이지요. 그것을 본 바리사이들은 깜짝 놀랐지요. 예수님께서 식탁에서의 유다인의 손 씻는 예식을 모르셨을 리가 없습니다. 아마도 일부러 씻지 않으신 듯이 보입니다.
   바리사이들은 음식을 먹기 전에 반드시 손을 씻었는데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먹는 음식의 종류가 바뀔 때마다 손을 씻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위생에 대해서 대단히 철저했던 그들은 씻지 않는 자체를 부정 타는 일로 여기고 타부시하였지요.
   경직된 그들 앞에서 예수님께서는 씻지 않은 손으로 음식을 드시며 깨끗한 것과 불결한 것의 정의를 내리십니다. 보란 듯이 깨끗하게 손을 씻고 청결한 척하는 바리사이들을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꾸짖으십니다.
    “정녕 너희 바리사이들은 잔과 접시의 겉은 깨끗이 하지만, 너희의 속은 탐욕과 사악으로 가득하다. 어리석은 자들아, 겉을 만드신 분께서 속도 만들지 않으셨느냐?”(루카11,39-40)
   드러나는 겉모습의 청결만을 신경 쓰는 바리사이들에게 속에 들어 있는 착취와 탐욕은 무엇으로 씻어내겠느냐고 격양된 목소리로 예수님께서 묻고 계십니다.


   겉이 지저분한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속에 더러운 것이 가득 차 있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깨끗한 척 손을 씻지만 마음 속에는 지저분한 욕심과 착취가 가득 차 있으며 하느님께서는 이를 다 아신다는 것이지요. 정말로 깨끗해지기를 원한다면 손을 씻는 것보다 더 우선적으로 죄의 근원을 씻어내야 한다고 말씀하시며 예수님께서는 죄를 씻는 방법까지도 가르쳐 주십니다.
    “속에 담긴 것으로 자선을 베풀어라. 그러면 모든 것이 깨끗해질 것이다.”(루카11,41)
   그렇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자선'이 그 방법입니다. 성서는 죄를 씻는 방법으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자선을 여러 번 표현하고 있습니다.
    “네 곳간에 자선을 쌓아 두어라. 그것이 너를 온갖 재앙에서 구해 주리라. 자선은 튼튼한 방패와 단단한 창 이상으로 너를 위해 원수와 맞서 싸워 주리라.”(집회29,12-13)
   불의한 사회 구조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자선은 우리의 죄를 없애는 좋은 방법임을 집회서는 말해 주고 있습니다.
    “물은 타오르는 불을 끄고 자선은 죄를 없앤다.”(집회3,30)
   토빗기에는 라파엘 천사가 사람들에게 하느님과 자기 자신과 이웃을 위하여 기도하고 단식하며 자선을 베풀 것을 권고합니다.
    “진실한 기도와 의로운 자선은 부정한 재물보다 낫다. 금을 쌓아 두는 것보다 자선을 베푸는 것이 낫다. 자선은 사람을 죽음에서 구해 주고 모든 죄를 깨끗이 없애 준다. 자선을 베푸는 이들은 충만한 삶을 누린다.”(토빗12,8-9)
   이렇게 구약시대 이스라엘 백성들은 죄를 씻는 방법으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나눔을 크게 생각했고 실천해왔습니다.


   우리는 매일 매일 우리 몸을 깨끗이 씻습니다. 하루에도 여러 번 씻고 또 씻지요. 겉은 이렇게 씻을 수 있는데 내 안에 든 탐욕과 질투와 이기심으로 빚어내는 죄들은 어떻게 씻어낼 수 있겠습니까? 물론 큰 죄는 고백성사를 통해서 씻을 수 있지만 오늘 예수님께서는 '자선' 역시 그 못지않게 우리의 죄를 씻을 수 있는 방법임을 가르쳐 주십니다. 겉은 비누칠로 깨끗이 씻어낼 수 있지만 우리 내면의 죄를 씻는 방법은 자선을 통해서라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깨끗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겉과 속이 모두 깨끗해야 합니다. 우리는 겉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속까지 씻을 수 있어야 합니다.
    “기도하는 입술보다 자선을 행하는 손이 더 거룩하다.”
   미국의 정치가이자 법률가인 R. G. 잉거솔의 말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겉만을 깨끗이 씻고 속은 착취와 탐욕으로 가득 차 있는 바리사이를 야단치시며 하느님께서는 우리 내면을 샅샅이 알고 계신다는 것을 알려 주십니다. 내면을 정화시키는 방법은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고 아끼며, 내 것을 함께 나누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도 살아가면서 이기적이거나 탐욕스럽지 않게 내 자신을 수시로 되돌아보고 씻어내는 시간을 마련하시기를 바랍니다. 나눔의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만큼 오늘 복음 말씀을 잘 실천하는 하루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