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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30주간 토요일> 그러면 너는 행복하다

위례성모승천성당 0 36 11.02 12:17

<연중 제30주간 토요일>

 그러면 너는 행복하다

 

    

복 음 : 루카14,1.7-11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평상시와 좀 다른 예수님을 만나게 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꽤 상류층으로 보이는 바리사이의 한 지도자 집에 초대를 받아 가셨습니다. 일반적으로 예수님께서는 가난하고 소외 받은 사람들, 즉 도움을 주어야만 할 처지의 사람들의 초대를 받아서 함께 하곤 하셨지요. 그런데 오늘은 바리사이 사람, 그것도 그들의 지도자의 집에 초대를 받아 가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자리에서도 역시 그들의 태도를 꾸짖으시며 가르침을 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초대를 받은 사람들이 저마다 윗자리에 앉으려고 서로 밀어내고 밀치며 자리 다툼을 하는 것을 안쓰럽게 바라보시고 말씀하시지요.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루카14,11)

그리고 사람들을 초대한 집 주인 바리사이 지도자에게도 한 말씀하십니다.

네가 잔치를 베풀 때에는 오히려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 다리 저는 이들, 눈먼 이들을 초대하여라. 그들이 너에게 보답할 수 없기 때문에 너는 행복해질 것이다. 의인들이 부활할 때에 네가 보답을 받을 것이다.”(루카14,13-14)

있는 사람끼리 어울리지 말고 오히려 없는 사람을 초대하라는 말씀이십니다. 오늘은 예수님의 이 두 가르침을 묵상하고자 합니다.

 

    저는 초등학생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어떤 친구가 제일 싫은가요?”

학생들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했습니다.

잘난 척 하는 아이가 제일 재수 없고 밥 맛 없어요.”

우리 어른들도 잘난 척 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아이나 어른이나 잘난 척 하는 것을 싫어하면서도 은연중에 사람들 앞에서 잘난 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겁니다. 상대방이 잘난 척 하는 것은 싫어하면서 자신은 잘난 척을 합니다. 참으로 어리석지요.

 

    이런 우리에게 오늘 예수님께서 가르침을 주십니다. 잘난 척 하지 말고 겸손하라는 것입니다. 고려 말 조선 초에 맹사성이라는 유명한 재상이 있었습니다. 뛰어난 학문으로 19세에 장원 급제를 하고 20세에는 경기도 파주의 군수가 된 사람으로 어린 나이에 승승장구를 하여 그 자긍심이 하늘을 찌를 듯 하였습니다. 파주 군수로 가 있던 어느 날 맹사성은 한 고승을 찾아가서 자문을 구했습니다.

스님, 제가 이 고을을 다스리는데 어떤 덕목을 최고로 삼고 살아야 하겠습니까? 한 말씀해 주십시오.”

스님은 어렵지 않은 일이라며 막힘없이 대답했습니다.

나쁜 일을 하지 말고 착한 일만 하십시오.”

그 말에 맹사성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화를 냈습니다.

그런 말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말인데 이렇게 먼 길을 온 저에게 그 말밖에는 할 것이 없으십니까?”

그 말에는 대꾸가 없던 스님이 녹차나 한 잔 하고 갈 것을 권하자 맹사성은 마지못해 다시 앉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찻잔에 녹차를 따르던 스님이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찻물을 따르는 것이었습니다. 넘친 찻물로 방바닥이 금방 흥건해졌지요. 화가 난 맹사성이 스님을 노려보며 말하였습니다.

도대체 무슨 행동이시오? 지금 나를 모욕하시는 것입니까?”

그러자 스님이 빙긋이 웃으며 한 마디하는 것이었습니다.

찻물이 넘쳐서 방바닥을 적시는 것은 알고 지식이 넘쳐서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그리 모르십니까?”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시뻘게진 맹사성은 그 자리에서 황급히 일어나 문을 박차고 나가려다가 그만 방문에 머리를 찧고 말았습니다. 그 때 스님이 또 한 마디 조용히 하는 것이었습니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답니다.”

그렇습니다. 머리를 숙이면 부딪힐 일이 없습니다. 꼿꼿이 머리를 세우고 상대방에게 숙일 것을 요구하면 만나는 사람마다 줄줄이 부딪히게 되지요. 삶이 힘들어집니다. 낮추는 사람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지혜로운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의 차이는 아주 간단합니다. 지식이 넘치고 재물이 쌓이는데 그것을 자랑하려 들면 교만해지고 고약해집니다. 그런데 지식과 재물이 넘칠수록 더욱 겸손해지고 낮추는 사람은 덕망이 높아지는 것이지요. 사람을 크게 만드는 것은 있는 것을 드러낼 때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낮추고 겸손하게 가슴에 담고 살 때입니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루카14,11)

겸손하게 살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너무나도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오늘 날 우리 시대는 무척이나 시끄럽습니다. 정치가 시끄럽고, 경제가 시끄러우며 하다 못해 반상회까지도 시끄럽기만 합니다. 서로가 자기 주장만 하기 때문입니다. 겸손한 모습으로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사람보다는 잘났다고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지요. 교만함이 빚어낸 소리들이 여기저기 요란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남의 이야기를 경청할 줄 알며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자기의 직분에 충실한 사람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두 번째로 예수님께서는 잔치를 초대한 바리사이의 지도자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잔치를 베풀 때에는 오히려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 다리 저는 이들, 눈먼 이들을 초대하여라. 그들이 너에게 보답할 수 없기 때문에 너는 행복해질 것이다.”(루카14,13-14)

오늘 예수님을 초대한 바리사이 지도자는 부와 명예를 갖춘 고위층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식사에 초대한 사람 역시 부자거나 고위직이었으며 예전에 자신을 초대했던 사람들이었지요. 그 자리는 자기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끼리끼리 모여서 자신들을 드러내는 자리였던 것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 모습을 지니고 있습니다. 나와 비슷한 수준의 사람과 어우러지기를 좋아하지요. 좀 낮은 계층의 사람들과의 접촉을 불편해하며 멀리하고 싶어합니다. 나에게 득이 안 되는 사람과는 관계하고 싶어하지 않지요.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가난하고 소외받은 사람들을 잔치에 부르라고 하시고 놀랍게도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들이 너에게 보답할 수 없기 때문에 너는 행복할 것이다.”(루카14,14)

불결하고 냄새나며 나에게 되갚지도 못할 그 사람들을 불러서 베풀면 행복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바로 알려 주시지요.

의인들이 부활할 때에 네가 보답을 받을 것이다.”(루카14,14)

하느님께서 갚아 주신다는 것입니다. 내게 갚지 못하는 불우한 사람들에게 베푼 것을 되돌려 받지 못한다고 섭섭해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행복해 하라는 것이지요. 우리는 너무나도 영악하게 되돌려 받을 만한 사람한테만 빌려주고 나에게 이득이 될 만한 사람과의 친교만을 원합니다. 이것은 세상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을 알고 영원한 세상에 대한 희망을 갖고 사는 사람은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가난하고 나에게 되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베풀며 내 것을 함께 하라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갚아 주실 것이기 때문이지요.

 

    오늘 예수님께서는 영원한 생명을 믿는 우리들이 세상 사람과는 다르게 살아야 하는 삶의 방식을 두 가지 가르쳐 주셨습니다. 잘난 척 하지 말라는 것이 그 첫째 방식입니다. 자기 P.R.시대에 잘난 척 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높여주느냐고 세상 사람들은 말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자신을 높이는 방식이 아님을 예수님께서는 알려주셨지요. 자신을 낮추는 사람이 오히려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두 번째 삶의 방식은 나에게 도움이 되고 되돌려줄 수 있는 사람과만 관계를 맺으려고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것만을 추구하지 말고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우리는 불편하더라도 참고 나에게 도움이 안 되는 불우한 사람들도 내 삶에 초대해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그들을 대신해서 갚아 주시는 하느님이 계십니다.

 

그리스도 신자들은 세상의 논리와는 다르게 세상을 사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이름으로 새로 태어났습니다. 하느님의 뜻에 따라서 살아가겠다고 고백한 사람들이지요. 이 세상의 논리대로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자기를 낮추어 겸손하게 살고, 나보다 못한 사람과도 함께 하고 배려할 줄 아는 삶이야말로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이 살아야 하는 삶이며 영원한 생명을 지향하는 우리가 하늘 나라에 쌓아야 할 보화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