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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 - 부활 제4주일 〈나는 착한 목자다〉

위례성모승천성당 0 110 04.20 10:49

부활 제4주일
나는 착한 목자다



● 성소 주일-요한 10,11-18
   “어린이 여러분! 신부님이 부자처럼 보여요? 가난한 것처럼 보여요?”
  어린이 미사 때 질문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한 80%가 넘는 어린 친구들이 부자처럼 보인다고 손을 번쩍 드는 겁니다. “수녀님도 부자처럼 보이나요?” “네”하고 대답이 즉시 나왔습니다. 또 물었지요. “신부님, 수녀님은 재산도 없고, 직위도 높지 않은데 왜 부자처럼 보일까요?” 한 어린이가 대답했습니다.
   “하느님과 함께 살기 때문에요!”
  기가 막힌 대답이지요? 그렇습니다. 성직자들은 하느님과 함께 살기에 재산이 많은 사람이 부럽지도 않고 그렇다고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우러러 보이지도 않습니다. 무엇인가를 좋아하고 그 도가 지나치게 되면 그것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게 됩니다. 돈에 집착하는 사람은 돈 많은 사람 앞에 가면 주눅이 들고, 직위에 지나치게 관심을 가지면 자기보다 더 높은 직위 사람 앞에서 편안하기가 쉽지 않지요.


  성직자들은 하느님과 신자들을 위해 인간적인 모든 욕망을 버린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세상에서 자유롭게 하느님과 신자들을 위해 살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완전한 사람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베드로 사도를 아시지요? 결정적 순간에 모순 투성이 인간적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베드로 사도가 예수님 수제자로서 초대교회 기둥이 돼 하느님 사람으로 일생을 헌신할 수 있었던 힘이 무엇이었겠습니까?
   예수님의 절대적 신뢰와 사랑의 힘이 거듭된 잘못에도 그를 감싸준 까닭입니다. 그래서 큰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끊임없는 노력과 주변의 도움으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뉴욕대교구 한 신부가 로마 어느 성당에 기도하러 가다가 입구에서 거지를 만났습니다. 그를 얼핏 바라보던 그 신부는 그가 자신과 같은 날 사제가 된 신학교 친구임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가 믿음과 소명을 잃어버렸다는 말을 듣게 됐습니다. 사제는 몹시 충격을 받았습니다.
  다음 날 신부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개인 미사에 참례할 기회를 가졌고 미사 말미에 교황에게 인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자기 차례가 되어 교황 앞에 무릎을 꿇은 그는 자신의 옛 신학교 동료를 위해 기도를 청하고 싶은 마음에 그간의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했습니다.
  하루가 지나 바티칸에서 교황과 저녁 식사에 그 거지를 데리고 함께 참석해 달라는 초대를 받았습니다. 신부는 그를 설득해 씻기고 옷을 갈아 입혀 교황 앞에 데려갔습니다. 저녁 식사 후 교황은 거지와 둘만 있게 해 달라고 사제에게 부탁했습니다. 교황은 그에게 자신의 고해성사를 부탁했습니다. 그는 놀라서 자신은 지금 사제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교황의 대답은 이러했습니다.
   “한 번 사제이면 영원한 사제입니다.” 거지 사제가 “나는 이제 사제 권한이 없습니다”라고 고집했으나 교황은 “나는 로마 주교입니다. 이제 내가 그 사제 권한을 수여합니다”하며 고집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그는 교황의 고백을 들었습니다. 그는 몹시 흐느껴 울며 이제는 자신의 고백을 들어달라고 교황께 청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그에게 어떤 교구에서 구걸을 하는지 묻고는 그를 그 교구의 보좌신부로 임명하고 거지들을 돌보는 일을 맡겼습니다.
  놀랍지요. 교황님은 깊은 상처를 입은 사제에게 완전히 새로 태어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습니다. 우리에게도 교황님 못지않게 따뜻했던 목자 한 분이 계셨지요. ‘바보’라고 불리기를 희망했던 고 김수환 추기경님이 바로 그분입니다. 추기경님은 영명 축일을 맞이하는 신부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주셨습니다. 설마 추기경님이 전화를 하셨으랴 싶어, 전화를 받는 신부 중에는 “네가 추기경이면 나는 교황이다”하고 전화를 끊었다가 앞서 온 전화가 진짜 추기경님 전화라는 사실을 알고는 곤혹스러워 했다는 이야기가 시중에 회자되기도 했습니다. 김 추기경님은 ‘너희와 모두를 위하여’ 언제나 가슴으로 기도했던 착한 목자셨습니다.


  오늘은 착한 목자 주일인 성소주일입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하느님의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또 성직자들이 한 평생 하느님의 사람으로 살 수 있도록 기도하고 후원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