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성모승천성당
홈 > 신부님강론 > 주일미사강론
주일미사강론

나해 - 부활 제5주일 〈 내 안에 머물러라 〉

위례성모승천성당 0 124 04.27 10:55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물러라



● 요한 15,1-8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로다~.”
  늘 불렀던 성가가 예수님께서 아주 긴박한 상황에서 제자들 에게 유언처럼 주신 말씀임을 알게 되면서 새삼 그 뜻을 가슴 깊이 새기게 됩니다. 제자들을 염려하신 예수님께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내 안에 머물라”고 말씀하셨는데 심지어 죽을 위험이 닥치는 극한 상황이 오더라도 결코 나를 떠나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하셨습니다.

  그러면 예수님 안에 머무르라는 말씀이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예수님 곁에만 있던지 24시간 내내 성당에서만 살라는 말씀일까요?
막 결혼한 신혼부부가 있습니다. 결혼은 몸과 마음의 결합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결혼이 몸과 마음의 결합이라고 해 이 신혼부부가 하루 종일 붙어 지내야만 하는 것일까요? 아니지요. 남편은 밖에 나가서 일을 해야 하고 아내도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거리와 시간상으로 서로 떨어져 지내지만 그렇다고 마음까지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신뢰와 사 랑이 있으면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신뢰와 사랑이 없으면 남처럼 멀리 느껴지는 법입니다.
  주님 안에 머물라는 말씀은 믿음과 사랑으로 일치돼 살아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포도나무와 가지처럼 주님 말씀과 사랑을 담고 지속적 교류가 이어져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많은 신자들이 주님과의 믿음과 사랑이 주일에, 그것도 미사 시간에만 잠깐 이뤄지고 성당을 나가면 나도 모르게 그 끈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머무르는 것이 아니지요.
  신자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고 해서 누구나 주님 안에 머무르는 삶을 사는 것은 아닙니다. 성당을 떠나서도 주님 말씀과 사랑을 되뇌면서 현실을 살아가는 것, 이것이 머무는 것입니다. 이렇게 언제 어디서나 주님 안에 머무르고자 노력할 때 멀리 떨어져 있어도 풍요로운 결실을 맺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요한 사도는 “그분의 계명을 지키는 사람은 그분 안에 머무르고, 그분께서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르십니 다”(1요한 3,24), “우리가 청하는 것은 다 그분에게서 받게 됩니다”(1요한 3,22)라고 그분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청하는 것을 다 받게 된다고 말씀하셨고, 또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도 “너희가 내 안에 머무르고 내 말이 너희 안에 머무르면, 너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청하여라. 너희에게 그대로 이뤄질 것이다”(요한 15,7)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말씀입니다.


   한 사람이 시한부 인생이 돼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폐혈전증, 신부전증, 간경변 등 무려 십여 가지도 넘는 병을 앓는 그 사람에게 의사는 이제 얼마 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 환자는 절망하지 않고 먼저 거리에 버려져 있는 환자들을 자기 집에 불러 모았습니다. 더럽고 냄새나는 그 사람들을 목욕시키고 옷을 빨아주며 먹을 것을 줬습니다. 잠도 함께 잤습니다. 그러자 환자들이 자꾸 불어났으며 식량도 부족했고 잠 잘 방도 모자랐습니다. 그래도 그는 열심히 기도하면서 일을 지속할 힘을 얻었습니다.
  과로로 여러 번 쓰러졌으나 그는 일을 중단하지 않았습니다. 병 때문에 일을 더 이상 계속해서는 안 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도 그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빚도 많이 졌고 설움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도 그는 생명이 다 하는 시간까지 자기보다 어려운 환자들을 돌봐줬습니다. 그렇게 살다가 그는 나이 서른에 죽었습니다.
  그가 쓰러졌을 때 한국 천주교 평신도 사도직 협의회에서는 ‘ 가톨릭 대상’이라는 큰상을 그에게 안겨 줬습니다. 교구장이신 김수환 추기경님이 직접 주례한 장례미사에 신자들은 물론 많은 신부님들과 수녀님들이 참석해 고인의 뜻에 추모의 정과 사랑을 드렸습니다. 그의 이름은 김근영이었고 세례명은 안토니오였습니다.


  세상에는 선고된 죽음 앞에서 절망과 두려움에 떨며 한없이 포악해지는 사람도 있지만 주님 사랑 안에 머무르며 불꽃같이 빛나는 열매를 맺는 아름다운 삶도 있습니다. 어지러운 세상 한 복판에서 우리가 추구할 것은 오직 하나, 주님 안에 머무는 삶입니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