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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 -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나눌수록 커지는 성체의 신비〉

위례성모승천성당 0 101 06.01 14:57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나눌수록 커지는 성체의 신비


● 마르 14,12-16.22-26
  우리는 좋아하는 사람이나 아쉬운 사람과 작별할 때 가장 아끼는 물건이나 아주 특별히 기억될만한 것들을 선물로 주고받습니다. 저에게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송별 선물이 하나 있습니다.
 신부가 돼 처음 사목을 했던 성당을 떠나던 날이었습니다. 많은 신자들이 환송을 나왔는데 사람들로 꽉 차 있는 성당 마당에서 어떤 할머니 한 분이 차 유리창을 막 두드리며 저를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신부님! 신부님!”
창문을 열었더니 시커먼 봉지 하나가 쑥 들어왔습니다. 뜨거워서 만지지도 못하고 옆 좌석에 놓고 할머니와는 변변히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떠나오고 말았습니다. 새 임지 성당에서는 환영 인사로 분주했고, 이틀이 지난 뒤 짐정리 도중에 그 봉투를 발견하고 열어보니 그 안에 들어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만두였습니다.
  생각해보니 시장에서 만두장사를 하던 할머니가 제게 이별 선물로 갓 쪄낸 뜨거운 만두를 한 봉투 가득 담아오셨던 것입니다. 이틀이나 지났기 때문에 만두는 모두 상해 있었습니다. 저는 그 할머니께 얼마나 고맙고 죄송했는지 모릅니다. 사제 생활을 하는 동안 많은 이별의 선물을 주고받았지만 지금도 제일 기억나고 잊히지 않는 선물 중 하나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아버지 뜻을 따라 이 세상을 떠나 승천하셨습니다. 떠나시는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것은 무엇입니까? 바로 당신의 ‘몸’과 ‘피’를 주셨습니다. 우리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손수건이나 반지, 책이나 필요한 물건 등은 줄 수 있지만 내 몸과 피를 선물로 내준다는 것을 어느 누가 상상이나 해 보았겠습니까?
우리는 예수님께서 주신 성체를 모시면서 그분과 일치되고 한 몸이 돼서 그분의 삶을 살게 됩니다. 이것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성체의 삶을 다짐하는 날이 바로 오늘 성체 성혈 대축일입니다.
 그러면 예수님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겠습니까?


나는 꽃이에요
잎은 나비에게 주고
꿀을 솔방벌에게 주고
향기는 바람에게 보냈어요.
그래도 난 잃은 건 하나도 없어요
더 많은 열매로 태어날 거예요
가을이 오면….


  김용석 시인의 ‘가을이 오면’이라는 동시입니다.
꽃잎도, 꿀도, 향기도 남김이 없이 다 나누어 주었지만 정작 잃은 것은 하나도 없다고 꽃은 노래합니다. 오히려 그래서 더 많은 열매를 맺는다고 기뻐합니다. 꽃의 신비에 대한 이 노래가 성체성사의 신비를 잘 대변해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나를 아낌없이 내어줄 때 나는 성장하고, 풍성하게 되고, 많은 열매를 맺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에게 남기신 예수님의 선물, 성체의 신비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마더 데레사가 한국에 오셨을 때입니다. 어느 인터뷰에서 마더 데레사는 성체를 하루에 두 번 영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듣고 보니 하루에 미사를 두 번 참례한 다는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아침 미사 때 성체를 모시며 예수님과 만나고 그 후에는 하루 일을 하며, 즉 가난하고 병든 이 들을 돌보며 그들 안에서 예수님을 만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매일매일 예수님을 두 번씩 만난다는 말이었던 것입니다.


소외받고 죽어가는 이들과의 만남이 두 번째 영성체라고 이야기하던 마더 데레사 모습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오늘은 성체 성혈 대축일입니다. 고통 받는 이웃과의 나눔 안에서 주님을 만날 수 있는 삶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