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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 - 연중 제11주일 〈주님의 발자국〉

위례성모승천성당 0 134 06.15 09:40

나해 - 연중 제11주일

 〈주님의 발자국〉



   이탈리아 어느 일간지 앞으로 편지 한 통이 배달되었습니다.
“나는 지난 30년 동안 성당에 다니면서 3000번 가량 강론을 들었소!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억나는 것이 하나도 없소! 그러니 그동안 시간 낭비만 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소!
그런 면에서 사제들 역시 헛수고만 한 셈이오.“
편지를 받아든 편집국장은 다음 날 ‘독자 투고’란에 실었고 예상대로 그 내용은 격렬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여러 주에 걸친 논쟁 끝에 마침내 쐐기를 박는 글이 들어왔습니다.


  “나는 지난 30년 동안 결혼 생활을 해왔고 그동안 아내는 3200번 가량 식탁을 차렸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무수한 식단 가운데 기억나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러나 나는 이것만은 잘 알고 있다. 그 모든 음식이 영양분이 되어 내게 필요한 힘을 주었다는 사실이다. 만일 아내가 식사를 차려 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미 죽고 없었을 것이다.”

이 후 강론에 대한 논쟁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매주 혹은 매일 강론을 듣지만 기억나는 내용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 내 신앙의 바탕임을 말 할 것도 없는 사실입니다. 그나마 소홀히 한다면 더 큰 혼란에 빠져버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도 열심히 말씀과 강론에 귀 기울여야 할 이유입니다. 많은 성직자들이 분주한 일상 중에서도 강론 준비에 크게 마음을 쏟는 것은 세 끼 식사처럼 말씀과 강론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비유를 들어 설명하고 계십니다. 어떤 사람이 땅에 씨앗을 뿌려 놓고 하루하루 지나면 씨앗에서 싹이 돋고 이삭이 패고 마침내 알찬 낟알이 맺히게 됩니다. 하지만, 씨를 뿌린 사람은 그것이 어떻게 자라는지 알지 못합니다. 씨앗을 자라게 하시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그러므로 농사를 짓는 농부는 늘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지요.


   어느 날 밤 어떤 사람이 자다가 꿈을 꾸었습니다. 하느님과 함께 해변을 산책하는 꿈이었습니다. 그때 하늘 저편에는 그 사람이 이제까지 걸어온 삶이 영화처럼 비추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각 장면이 지날 때마다 두 사람의 발자국이 모래 위에 남아 있었습니다. 하나는 그 사람의 발자국이고 또 다른 하나는 하느님의 발자국이었습니다. 살아오는 동안 하느님은 그 사람 옆에서 항상 함께 걸어오셨던 것이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떤 때는 한 사람의 발자국밖에 없을 때가 있었습니다.  되돌아보니 그 때는 정말 살아가기가 힘들고 어려울 때였습니다. 그 사람의 인생이 힘들거나 어려울 때마다 발자국은 한 줄뿐이었던 것입니다. 그는 하느님께 따지듯이 여쭈어 보았습니다.
“ 주님, 당신께서는 항상 저와 함께 계시겠다고 약속하지 않으셨습니까? 정작 제가 힘들고 고통 중에 있을 때 주님은 어디에 계셨습니까?
왜 주님의 발자국은 보이지가 않습니까?“

하느님께서 조용히 대답하셨습니다.
“이 사람아, 나는 그대가 어려울 때마다 그대를 업고 갔다네. 한 줄 뿐인 발자국은 그대 것이 아니고 나의 발자국이라네.”


   신앙이란 이런 것입니다. 나와 함께 하시는 하느님을 깨닫고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지요. 늘 하느님의 뜻 안에서 살아가려고 노력하며 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는 것이 신앙입니다. 그리고 삶의 어려운 시기에 더욱 하느님의 은총을 깨달으며 사는 것이 참 신앙인의 모습입니다. 하느님을 모르는 세상 사람들은 자기 혼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지금 이 세상이 전부라고 여기며 살아갑니다.


   나와 함께 하시는 하느님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이 사람들은 이 세상의 가치에 절대 흔들리지 않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세상에 더 마음을 두고 살아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하느님과 함께 한다는 믿음으로 살아간다면 우리 삶은 은총으로 충만될 것입니다. 우리의 삶은 혼자 걷는 외로운 길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결코 우리를 떠나신 적이 없으시며 우리 삶의 여정 어디에나 함께 하고 계십니다.


   나와 함께 하시는 하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살아가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