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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 -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 너는 나의 종, 너에게서 나의 영광이 빛나리라>

위례성모승천성당 0 101 06.22 11:27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 너는 나의 종, 너에게서 나의 영광이 빛나리라>

제 1독서 : 이사 49,1-6 (나는 너를 민족들의 빛으로 세운다.)
제 2독서 : 사도 13,22-26 (그리스도께서 오시기 전에 요한이 선포하였습니다.)
복    음 : 루카 1,57-66.80 (아기 이름은 요한이다.)


   오늘은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입니다. 일반적으로 교회는 모든 성인의 축일을 탄생한 날이 아니라 돌아가신 날로 정하여 기념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돌아가신 날이 천상에서 다시 태어난 날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세례자 요한은 지상에서의 탄생 날을 축일로 기념합니다. 이렇게 탄생일을 대축일로 지내는 분은 예수님과 성모님, 세례자 요한 세 분밖에 없습니다. 예수님의 탄생 축일은 12월 25일이고, 성모 마리아님은 9월 8일이지요. 이 축일만 봐도 교회 안에서 세례자 요한에 대한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가 있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어떤 부분에 있어서 예수님이나 성모 마리아와 같은 비중으로 존경을 받고 있을까요? 복음을 보면 하느님의 사람이었던 세례자 요한은 잉태되고 태어나 자라서 죽을 때까지 하느님의 손길 안에 있었음을 알 수가 있습니다. 오늘 복음만 살펴보아도 우리는 세례자 요한이 하느님의 뜻에 의해서 탄생했음을 알 수 있지요. 성모 마리아를 찾아가 예수님의 탄생을 알렸던 천사 가브리엘은 주님의 탄생 예고 6개월 전에 세례자 요한의 아버지 즈카르야에게 나타납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즈카르야야. 너의 청원이 받아들여졌다. 네 아내 엘리사벳이 너에게 아들을 낳아 줄 터이니, 그 이름을 요한이라 하여라. 너도 기뻐하고 즐거워할 터이지만 많은 이가 그의 출생을 기뻐할 것이다."(루카1,13-14)
   즈카르야는 믿을 수가 없었지요.
    "제가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저는 늙은이고 제 아내도 나이가 많습니다."(루카1,18)
    "나는 하느님을 모시는 가브리엘인데, 너에게 이야기하여 이 기쁜 소식을 전하라고 파견되었다. 보라, 때가 되면 이루어질 내 말을 믿지 않았으니, 이 일이 일어나는 날까지 너는 벙어리가 되어 말을 못하게 될 것이다."(루카1,19-20)

   하느님의 섭리를 믿지 못하고  벙어리가 된 즈카르야는 아기가 태어난 지 여드레가 되던 날 아기의 할례식을 하던 성전에서 사람들이 아기 이름을 묻자 "그의 이름은 요한"(루카1,63)이라고 하느님의 섭리를 그대로 고백하고 나서야 혀가 풀려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세례자 요한의 탄생 자체가 인간의 욕망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섭리에 의한 것이었으며 구세주의 탄생을 준비하는 과정임을 알아들을 수가 있지요.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의 오심을 미리 준비했던 위대한 예언자였습니다. 예수님보다 6개월 앞서 태어난 그는 예수님께서 메시아이심을 많은 사람들이 깨달을 수 있도록 회개의 세례를 베풀면서 구세주 예수님의 도래를 준비하고 있었지요. 오늘 복음에서는 세례자 요한의 탄생 사건을 놓고 사람들이 놀라고 있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이 아기가 대체 무엇이 될 것인가?"(루카1,66)
   사람들은 하느님의 손길이 세례자 요한에 머무르고 있음을 알았던 것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아기는 자라면서 정신도 굳세어졌다. 그리고 그는 이스라엘 백성 앞에 나타날 때까지 광야에서 살았"(루카1,80)습니다. 그 후 세례자 요한의 놀라운 언행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따라와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받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요한에게 세례를 받지요.
    "온 백성이 세례를 받은 뒤에 예수님께서도 세례를 받으시고 기도를 하시는데, 하늘이 열리며 성령께서 비둘기 같은 형체로 그분 위에 내리시고,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왔다."(루카3,21-22)
   그런데 아직 예수님께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이전이라 사람들은 세례자 요한을 구세주로 확신하기 시작합니다. 지금까지의 많은 예언자들과는 달리 요한에게서는 하느님의 사람으로써의 표징이 곳곳에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구세주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끊임없이 "당신이 그리스도냐"고 묻고 따르자 세례자 요한은 증언합니다.
    "나는 너희에게 물로 세례를 준다. 그러나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 오신다.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 그분께서는 너희에게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실 것이다."(루카3,16)


   조금도 숨기지 않고 분명하게 자기의 입장을 표명하지요. 과연 놀라운 분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따르고 인기가 올라가면 부화뇌동하듯이 주변의 상황에 휩쓸려 자기가 뭐라도 된 듯이 경거망동하기 쉬운 것이 우리 인간의 나약한 모습이지요. 그러나 세례자 요한은 대중의 인기가 절정에 달하고 "당신이 구세주가 아니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자기는 "그 분의 신발 끈을 풀어드릴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라며 구세주이신 예수님이 얼마나 큰 분인지를 미리 준비시키고 있을 따름입니다. 그리고 자기를 향하는 모든 시선을 단호하게 예수님께로 향하도록 만들지요. 이러한 세례자 요한을 보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없다."(루카7,28)
   세례자 요한은 참으로 하느님께 충실했던 사람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고백합니다.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요한3,30)
   예수가 누구이시고 또 자신이 누구인가를 명확하게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입니다. 참으로 지혜로운 깨달음이지요. 우리는 많은 사람들과 부딪히며 이 세상을 살아갑니다. 원만한 관계도 있지만 많은 경우 크고 작은 불화를 겪게 되지요. 그 이유는 세례자 요한과 정반대로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그 분이 더 커지셔야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더 크고 우선해야 된다고 생각하며 나를 드러내기 때문에 문제들이 생기는 것이지요. 우리 시대는 그 어떤 때보다도 세례자 요한의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요한3,30) 또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루카3,16)는 말씀에서 보이듯 나를 낮추는 자세가 필요한 시대인 것 같습니다.


   요즘 많은 가정이 상처를 입고 안타까운 파경을 맞고 있지요. 이유는 사람들이 자기 목소리만을 크게 하기 때문입니다. 아버지가 소리를 높이고 엄마도 높이며 심지어는 아이들까지도 자기 주장만을 앞세우지요. 그 결과는 관계의 단절과 그칠 줄 모르는 파경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단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끊임없이 자기의 주장만을 내세우고 강요하면 원만해질 수 없을 뿐더러 어떤 단체도 불화에 시달리지 않을 수가 없지요.
   세례자 요한은 자신의 모든 것을 오직 주님을 증언하고 고백하는데 다 바친 사람입니다. 우리 역시 그래야 합니다. 우리가 주님을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치고 그 분을 드러내기 위해서 노력한다면 가정이나 이웃과의 관계에서 싸움이 있을 수가 없지요. 주님이 들어서지 않고 그 자리에 내가 들어서면 아무리 조용한 곳에서도 평지풍파는 일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오늘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을 지내면서 이렇게 한번 살아볼 것을 여러분께 권합니다.
    "나는 당신의 신발 끈을 풀어줄 자격조차 없는 사람입니다."
   이런 자세로 한번 살아보지 않겠습니까? 구두에 신발끈이 없다고요? 이런저런 핑계를 대지말고 내가 커지기보다는 상대방이 커질 수 있는 기회를 서로가 제공한다면 참으로 원만하고 복음적인 공동체의 모습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세례자 요한의 말씀은 "그러므로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마태7,12)하신 예수님 말씀과 맥을 같이 하지요. 우리 시대가 시끄러운 이유는 세례자 요한 같은 사람이 드물기 때문입니다. 세례자 요한을 닮은 삶을 살아서 많은 사람들이 나의 모습 안에서 하느님을 체험하는 뜻 깊은 하루를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