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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 믿으셨으니 정녕 복되십니다

위례성모승천성당 0 71 08.14 11:24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 

믿으셨으니 정녕 복되십니다
                                   


제 1독서 : 묵시 11,19;12,1-6.10 (태양을 입고 발 밑에 달을 둔 여인.)
제 2독서 : 1코린 15,20-27 (맏물은 그리스도이십니다. 그 다음은 그리스도께  속한 이들입니다.)
복    음 : 루카 1,39-56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습니다.)


   오늘은 '성모 승천 대축일'이면서 '광복절'입니다. 광복절이 성모 승천 대축일과 겹쳐진 것을 보며 정말 우리나라의 광복절이 하느님의 은총에 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수많은 우리의 애국지사들과 국민들이 노력을 한 것도 사실이지만 실제로 우리가 전쟁을 잘 했다거나 준비를 잘 하여서 얻게 된 나라의 자유는 아닌 것이지요. 돌아가신 민권운동가 함석헌옹은 이를 두고 이렇게 표현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8.15는 도적같이 불시에 왔다. 그렇기 때문에 하늘에서 온 것이다."
   고통받는 자들의 탄식을 들어주고, 또 새로운 희망을 갖게 해 주는 것이 성모 승천 대축일과 겹쳐진 우리의 광복절의 의미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오늘은 광복절이며 우리 믿는 이들에게는 성모 승천의 기쁨이 겹쳐진 날입니다. 즉, 성모님께서 하늘로 올라가신 영광스러운 날이지요. 우리는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과연 성모 승천의 의미가 어떤 것이며, 복음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되새겨 보고자 합니다.
   오늘 복음은 성모 마리아께서 엘리사벳을 방문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성모 마리아께서 유다 산골에 있는 엘리사벳을 갑자기 방문하신 것일까요? 엘리사벳은 세례자 요한의 어머니입니다. 루카 복음 1장에 따르면 엘리사벳은 원래 아기를 낳지 못하는 돌계집이었습니다.
    "엘리사벳이 아이를 못낳는 여자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둘 다 나이가 많았다."(루카1,7)
   그러던 어느 날 남편 즈카르야가 사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주님의 성소에 들어가 분향을 하고 있는 사이에 주님의 천사가 나타나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즈카르야야. 너의 청원이 받아들여졌다. 네 아내 엘리사벳이 너에게 아들을 낳아 줄 터이니, 그 이름을 요한이라 하여라."(루카1,13)
   아내와 자신의 상황을 너무나 잘 알고 있던 즈카르야에게는 참으로 터무니없는 소리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평생 동안 아기를 낳기 위하여 안 해 본 것이 없을 정도로 숱한 노력을 기울였던 즈카르야는 이제 나이가 들어 아기에 대한 꿈을 포기하였을 뿐 아니라 마음을 비운 지가 오래 되었던 것이지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한 그는 주님의 천사를 향해 반문합니다.
    "제가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저는 늙은이고 제 아내도 나이가 많습니다."(루카1,18)
   그러자 천사가 대답합니다.
    "나는 하느님을 모시는 가브리엘인데, 너에게 이야기하여 이 기쁜 소식을 전하라고 파견되었다.  보라, 때가 되면 이루어질 내 말을 믿지 않았으니, 이 일이 일어나는 날까지 너는 벙어리가 되어 말을 못하게 될 것이다."(루카1,19-20)
   즈카르야는 벙어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천사가 예고한 대로 엘리사벳은 아기를 갖게 되지요.


   엘리사벳이 아기를 가진지 여섯 달이 되었을 때에 하느님께서는 천사 가브리엘을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동네로 보내어 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십니다.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습니다. 아기를 낳을 수 없던 늙은 여인 엘리사벳이 임신을 하여 여섯 달이나 되었고 그 남편 즈카르야는 성소에 들어갔다가 벙어리가 되어 나왔다는 소문이 두루 퍼져 사촌 마리아에게도 그 일이 전해졌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바로 그 즈음에 마리아에게 놀라운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천사는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  가서 이렇게 인사를 하였습니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루카1,28)
   몹시 당황하여 두려워하는 마리아에게 천사는 하느님의 뜻을 전하지요.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루카1,31)
   이에 깜짝 놀란 마리아가 묻습니다.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루카1,34)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하였다. 아이를 못낳는 여자라고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루카 1,35-37)
   이 말을 들은 마리아가 마침내 대답하지요.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1,38)
   마리아는 모든 것을 하느님의 뜻으로 받아들였고,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천사와 마리아의 대화는 잠깐 사이에 일어난 일입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1,38)하고 마리아는 받아들였지만 인간적으로 얼마나 큰 혼란을 겪었겠습니까? 이제 겨우 열다섯 전후의 어린 소녀에 불과했던 마리아는 정말 임신이 되는 것인지, 과연 자기가 하느님의 아들을 낳게 되는 것인지를 놓고 참으로 두렵고 고민이 되었을 것입니다. 고민하는 그녀의 머리에 천사가 해준 말이 떠올랐을 테지요.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하였다. 아이를 못낳는 여자라고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었다."(루카 1,36)
   마리아는 문득 발길을 돌려 엘리사벳을 찾아 길을 나섭니다. 그리고 서둘러 유다 산골에 있는 즈카르야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문안을 드립니다.
   그러자 엘리사벳은 성령을 가득히 받아 큰소리로 외칩니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1,42-43.45)
   의심의 여지가 없었지요. 불안한 마음으로 찾아간 마리아는 그 즉시 확신을 얻게 됩니다. 확신에 찬 마리아가 감격에 겨워 노래를 부르지요. 바로 '마리아의 노래'입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루카1,46-49)
   인간적인 지식과 경험을 떠나서 하느님의 뜻에 순종한 그 사실이 너무나 큰복이었음을 성모 마리아는 엘리사벳의 방문을 통해 이렇게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즈카르야는 인간의 판단을 믿었다가 벙어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성모 마리아는 자기를 넘어 하느님께 오로지 순종하여, 하느님의 아들을 낳은 가장 복된 여인이 되었습니다. 신앙은 나의 지식과 경험과 미래에 대한 예측을 떠나서 오로지 하느님의 뜻을 따르겠다는 결단입니다. 그리고 그 결단을 실행에 옮겼을 때 하느님의 은총 또한 크다는 것을 성모 마리아의 삶이 우리에게 가르쳐줍니다. 성경은 이것을 곳곳에서 보여줍니다. 신앙의 선조 아브라함은 아이를 낳지 못하다가 하느님의 은총으로 늘그막에 아들 하나를 얻게 됩니다. 그런 어느 날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칠 것을 요구하시지요. 인간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의 지식과 경험과 판단으로는 도저히 그런 하느님을 받아들이기가 어렵기만 합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하느님의 뜻이었기에 아들 이사악을 데리고 모리야산으로 올라가지요. 이런 아브라함에게 하느님께서는 천사를 통해 다음과 같은 축복을 내려 주셨습니다.
    "나는 너에게 한껏 복을 내리고, 네 후손이 하늘의 별처럼, 바닷가의 모래처럼 한껏 번성하게 해 주겠다. 너의 후손은 원수들의 성문을 차지할 것이다. 네가 나에게 순종하였으니, 세상의 모든 민족들이 너의 후손을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 (창세22,17-18)
   또 오늘 복음에 나오는 대로 처녀 마리아는 하느님의 뜻에 모든 것을 다 내어놓고 순명함으로써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셨습니다. 여인 중의 가장 복된 여인이 되신 것입니다.


   오늘 성모 승천 대축일은 성모 마리아께서 하늘 나라로 들어가시어 그분의 생애가 하느님과 완전히 일치하였음을 확인시켜 주는 날입니다. 성모 마리아의 선택과 결단이 옳았음을 증명해 주는 사건이기도 하지요. 예수님의 전 생애와 죽음과 부활을 완성시키는 것이 바로 예수님의 승천 사건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성모 마리아의 모든 삶을 완성시켜 주는 것이 바로 성모님의 승천입니다. 예수님께서 승천하셨고 또 성모님께서 하늘 나라로 올라가신 것처럼 우리 삶의 궁극적인 완성은 하늘 나라에 이르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미국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실업자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던 어려운 시절에 한 남자가 직장을 잃고 헤매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벌이가 없이 오랜 기간 지내다보니 호주머니에는 단돈 1달러가 남아있을 뿐이었지요. 어느 주일에 이 남자는 미사를 봉헌하며 남은 돈의 반을 기꺼이 헌금함에 집어넣었습니다. 이튿날 이웃 도시에서 일할 사람을 구한다는 소식을 들은 남자는 서둘러 길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이웃 마을까지 가는 버스 값은 1달러였고 50센트 밖에 없는 남자는 순간 고민에 휩싸였지요. 남자는 곧 기분 좋게 결심을 하고 길을 떠났습니다. 50센트의 여비까지만 버스를 타고 나머지는 걸어가기로 마음을 먹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버스를 타고 가다가 내려서 걸어가던 그의 눈에 하나의 구인 광고문이 들어왔습니다. 1주일에 5달러를 준다는 그 광고는 이웃 도시에서 준다는 품삯의 두 배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일주일만에 주님께 봉헌했던 50센트의 10배를 돌려 받게 되었고 후에는 유명한 신발업체 사장이 되었습니다.


   이것이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우리는 50센트를 모자라게 해주신 하느님을 원망할 수도 있습니다. 또 없다고 더 인색하게 살수도 있지요. 그러나 믿고 의지하며 나아간다면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그 몇 배로 채워주실 것입니다.

   오늘 성모승천 대축일의 의미는 아주 간단합니다. 나의 지식과 경험과 판단을 넘어서 하느님의 뜻을 따를 때 우리의 삶은 완성되고 채워진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우리가 궁극적으로 돌아가야 할 곳은 이 세상이 아니라 하느님이 계신 하늘 나라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이 세상이 모든 것이기에 나이 들수록 늙지 않으려고 발버둥치고, 죽음은 공포로 다가옵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가야할 곳이 예수님이 계시고 성모님이 계신 하늘 나라임을 확신하는 신자들의 노년은 늙지 않으려는 발버둥이나 죽음 앞의 공포가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준비하는 거룩한 희망의 시기입니다. 땅만 보고 살아가지 마십시오. 머리를 들어서 하느님께서 계시는 그곳, 우리가 장차 오르게 될 하늘 나라를 바라보며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