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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일미사강론

<한가위> 축복의 한가위

위례성모승천성당 0 51 09.23 14:00

<한가위>

  축복의 한가위

 

 

    보름달, 송편, 귀향, 제사, 성묘, 벌초 등은 추석이면 떠오르는 정감어린 단어들입니다. 추석이 가까워지면 사람들은 마치 연어 떼가 태어난 곳으로 수만 리 길을 되짚어 가듯이 고향을 찾아갑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가족의 미래를 위해 고향을 등지고 돈을 벌기 위해 빡빡한 타향살이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수십 년의 타향살이동안 재산도 늘어났고 자녀들도 잘 성장했지만 이제 만족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드문 것 같습니다. 고향을 찾은 사람들은 잠시의 쉼을 뒤로 하고 다시 길을 떠나 고단한 삶의 현장으로 돌아갑니다.

이렇게 바쁘게 사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우리에게 오늘 복음은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있지 않다.”(루카12,15)며 탐욕스러운 부자의 삶을 경고합니다.

 

     황실 이발사가 유령 붙은 나무 아래로 지나가는데 문득 이런 소리가 들렸습니다.

일곱 황금단지 갖고 싶지, 그렇지?”

이발사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다가 아무도 안보이자 욕심이 일어 간절히 외쳤습니다.

그럼요, 갖고 싶고말고요.”

그럼 얼른 집으로 달려가 봐. 가보면 틀림없이 있을 테니까.”

이발사는 단숨에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마당에 단지 일곱 개가 놓여 있고, 단지 안은 금돈이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중 하나만은 반만 차 있었습니다. 이발사는 반만 찬 단지를 마저 채우고 싶은 충동을 걷잡을 수 없이 느꼈습니다. 그는 자기 집 패물류를 모조리 금돈으로 바꾸어 반만 찬 단지에 쏟아 넣었습니다. 그러나 단지는 매양 반 단지일 뿐이었지요. ‘이런 분통 터질 노릇이 있나!’ 이발사는 저축하고, 절약하고, 자기 자신과 식구들의 허리띠를 졸라맸습니다. 그러나 힘껏 애써봐야 헛일이었으니 아무리 금돈을 갖다 넣어도 단지는 그저 반 단지 그대로였던 것입니다.

이제 이발사는 임금님께 봉급을 올려 주십사고 간청했습니다. 봉급이 배로 올랐지요. 또 다시 단지 채우기 싸움이 이어졌습니다. 나중에는 동냥질을 나서기조차 했습니다. 그래도 금단지는 금돈을 넣는 족족 삼켜버릴 뿐, 고집불통인양 반만 차 있기는 끝내 매일반이었습니다. 이발사의 여위고 궁상맞은 꼴이 이제는 임금님 눈에도 띄게 되었지요.

무슨 좋지 않은 일이라도 있느냐? 봉급이 적었을 적에는 그다지도 행복하고 흡족한 기색이더니, 봉급이 두 배가 된 이제는 도리어 맥이 축 늘어진 꼴이구나. 혹시 일곱 금단지를 가진 게 아니냐?”

이발사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아니, 누구한테서 들으셨사옵니까, 폐하?”

임금님이 껄껄 웃으며 말했습니다.

요즘 네 행색이 영락없이 금단지 받은 자의 증상 그대로가 아니냐. 일찍이 나도 그걸 받은 적이 있었더니라. 그때 난 그 돈을 내가 써도 좋다거나 아니면 그냥 그대로만 저장할 수 있게 해달라고 청했는데, 그랬더니 유령은 그만 두 말없이 사라져버리더구나. 그 돈은 쓸 수 없는 돈이니라. 축적하고 싶은 충동만 따라 다니며 부채질할 뿐이야. 지금 당장 가서 그걸 유령에게 되돌려 주도록 해라. 그러면 다시 행복해질 것이니라.”

 

    지금도 이런 일곱 황금 단지를 가진 사람들이 세상에 넘쳐납니다. 우리시대의 일곱 황금 단지는 더 넓은 평수를 꿈꾸는 아파트와 통장들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가족도 없는데 더 큰 평수를 위해 큰돈을 몰아넣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다는 이유로 통장에 돈을 쌓아두지만 그것을 다 쓰고 죽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이렇게 허황된 곳에 쏟아 부을 돈 때문에 부모, 형제와 다투고 상처 주며 멍든 가슴으로 지내는 사람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습니다.

그러나 돈을 잘 쓰면 부모에게 효도 할 수 있고 형제들과 화목하며 어려운 이웃을 도와 하늘나라에 보화를 쌓을 수 있게 됩니다. 추석은 이렇게 바쁜 일상 속에 어리석어질 수 있는 우리에게 궁극적으로 돌아가야 할 곳을 생각하며 하느님과 조상께 감사드리고, 형제들과 사이좋게 지내야 함을 가르쳐줍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과 사람에 대한 경외와 사랑이 내 인생의 중심에 자리 잡게 되면 꼬였던 인간의 문제들도 서서히 풀려나갈 것입니다.